The 리치
디어 마이 프렌즈 본문
디어 마이 프렌즈
작가. 노희경
출연. 고현정. 고두심
지금의 나이도 처음이고 앞으로 시간도 모두 처음일거야.
아침에 눈을 뜨면 환하게 벌써 떠 있는 해를 봐.
느즈막히 잠에서 깨어나 오늘은 무엇을 할까.
오늘 내 할 일이 뭐지 꼼지락 꼼지락 잠을 이어보고도 싶고 일어나고도 싶고,
내 안의 나와 적당히 타협을 하고 몸을 일으켜본다.
오늘도 처음인 우리들은 고요하거나 엉뚱하거나
우리들의 하루 일과는 고양이 밥을 주는 일처럼 단순한 일인데,
나를 기다릴 고양이 얌전히 앉아서 내 잠이 깨기를 기다리는 고양이들.
침대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는 고양이들
가장 먼저 그들의 방문을 열고 쪼르르 밥을 주면
밥을 따라 나를 따라 냐옹 냐옹 !
삶의 귀퉁이에서도 삶을 가장 잘 아는 고양이처럼
그들은 열연을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실적인 이야기여서 한 순간도 헛 눈을 들일 수 없는 영화.
우리들의 이야기. 어쩌면 이렇게 모두 다 다를까.
한 평생을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서는 자신의 모습으로 늙어가는
자연스러운 몸짓과 말투와 모습들이 자꾸만 자꾸만 화면으로 나를 끌여 들인다.
한 남자에게 길들여져서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완이(고현정)에 자꾸만 눈이 간다.
밥 한 끼도 혼자서는 챙겨먹을 수 없는 남자를 이 평생 감당을 하는 정아(나문희)
답답한 우리들의 히스토리다.
일찍 혼자가 되어 딸 하나를 키우는 장난희(고두심)
활기찬 겉모습과 달리 말로다 할 수 없는 삶의 무게가 보인다.
아직 여자이고 싶은 그녀. 딸을 혼자의 몸으로 키우며
지우고 싶었던 자신의 지난 시간을 누르면서 살아간다.
기억을 잃어버린 희자(김혜자)는 아직도 다소곳하다.
다소곳해서 눈을 자꾸 껌벅거린다.
형광들을 갈고 누군가 자신을 지켜본다면서 옷을 여미고 눈만 말똥거린다.
세 명의 친구와 병이 든 여인의 화합이 우리들의 이야기.
어쩌다 보니 암이었고 멀쩡해 보이려 애를 쓰면서 사는 우리들처럼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하는 자신의 병을 끌어안고 가는 여인.
빠져버린 머리에 가발은 끝내 털어놓지 못하는 우리들의 슬픔이다.
우리들의 민낯이고 우리들의 애 끓는 이야기이다.
어느 누구하나 사연 없는 사람 없을 테지만 모두에게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은 영화.
딸이 사랑하는 남자는 너무 멀리 있고,
삶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남자친구는 사고로 다리를 잃고 휠체어에 앉아있다.
어쩌란 말인가. 우리들 삶의 이야기.
아팠다가 웃었다가 스며들었다가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