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인이 쓰는 영화 이야기 (15)
The 리치
너를 닮은 사람 작가 정소현의 16부작 욕망을 넘어서면 껍데기뿐이지욕망의 마지막은 너덜거리는 목숨이지노인의 발톱을 깎고 있는 본래의 모습이지 그래야 공평하지모든 것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어누구든 하나는 죽어야 끝이 나는 거지뜬금 없는 것은 뜬금 없이 사라지는 거야자기의 분수만큼 딱 그만큼 누릴 수 있는거지 그래야 공평하지눈이 멀 수 있어서 다행인거지누구의 목을 조이는 건 내 목이 조이는 일이지누구를 돕겠다고 나대지도 말 것이며횡단보도를 걷다가 칼을 맞을 수 있는 거지 우리는 모두 닮았으니까우리는 공평한거지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등장인물. 김지원. 손석구. 사는 것이 지겨워지거든 넓은 둑길을 걸으라. 사는 것이 지겨워지거든 고개를 들고 높이뛰기를 해보시라. 나의 해방 일지에,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손석구가 그렇고 미정이가 그렇다. 세상만사 다 싫어서 먹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숨을 쉬는 것조차 의미가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손석구와 김지원의 감칠맛 나는 연기에 빠져들었다.저녁이면 찌르라미가 울고 마을어귀의 가로등이 있고지루하고도 뭐 하나 희망이 없어보이는데 자꾸만 꿈이 꿔지는. 표정 없이 눈을 껌벅이고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해도 맨날 그 자리 그 모습인 것이, 왜 살아야 하는 건지 술병을 쌓아두고 날마다 마셔대는 구씨가 있다.자신을 돌아볼 생각도 누구를 만나고 싶은 것도 그렇다고 ..
디어 마이 프렌즈 작가. 노희경출연. 고현정. 고두심 지금의 나이도 처음이고 앞으로 시간도 모두 처음일거야. 아침에 눈을 뜨면 환하게 벌써 떠 있는 해를 봐. 느즈막히 잠에서 깨어나 오늘은 무엇을 할까. 오늘 내 할 일이 뭐지 꼼지락 꼼지락 잠을 이어보고도 싶고 일어나고도 싶고, 내 안의 나와 적당히 타협을 하고 몸을 일으켜본다. 오늘도 처음인 우리들은 고요하거나 엉뚱하거나 우리들의 하루 일과는 고양이 밥을 주는 일처럼 단순한 일인데, 나를 기다릴 고양이 얌전히 앉아서 내 잠이 깨기를 기다리는 고양이들.침대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는 고양이들 가장 먼저 그들의 방문을 열고 쪼르르 밥을 주면밥을 따라 나를 따라 냐옹 냐옹 ! 삶의 귀퉁이에서도 삶을 가장 잘 아는 고양이처럼그들은 열연을 했다..
풀잎들 감독. 홍상수출연. 김민희. 정진영. 커피집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에 커피집이 있다.한 여자가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받아적는다. 타인의 감정은 한 간격의 내 것이 된다. 커피집 안에는 사람들이 앉았다 가고 다시 앉았다 간다.한 여자는 그들을 관찰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기록한다.승희의 죽음이 슬프지만 우리는 사랑하고 다시 사랑한다. 눈물은 사치, 울 수 있다는 건 살아있기 때문이다. 방 한 칸을 위해 자신의 삶을 털어야 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결혼을 하고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한 생을 시작하는 우리들처럼아이가 태어나고 아무것도 모를 나이에 아이를 키우고 그러면서 함께 아이와 어른이 자라나고 어정쩡하게 뭐가 뭔지 모르게 그렇게 나이를 먹고 그러다보면 耳順이 되..